다문화가정에 대해 사람들은 종종 긍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립니다. “두 언어를 배워서 유리하겠네”, “국제적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겠지.”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합적입니다. 다문화가정은 언어, 문화, 그리고 제도의 경계에 끼인 채 매일 선택하고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이 글은 단순한 장단점 나열이 아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실제 이야기, 우리가 겪는 충돌과 화해,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언어: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거리.
우리 가족은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큰 자산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두 언어에 모두 익숙해지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거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과 연결된 도구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첫 말은 한국어였고, 보육교사들과 엄마와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 언어였습니다. 반면, 스페인어는 아빠와의 언어였지만, 그 빈도가 적고 정서적 연결이 약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랑 놀 때는 재미있는데, 속상한 건 말하기 어려워.”
이중언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단어는 알지만, 그 언어로 감정을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관계는 표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부모 중 한 명이 자녀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면, 그 언어는 아이에게 ‘감정의 거리’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후 생각을 바꿨습니다. '언어 교육'이 아닌 '감정 공유 환경 조성'으로 초점을 다르게 했습니다. 식탁에서는 아빠 언어를 사용하거나, 저녁에 책 읽는 시간을 스페인어로 했습니다. 단어가 틀려도 뭐라고 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주는 방법으로 아이가 편하게 느끼도록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아이는 아빠에게 스페인어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미래의 꿈 이야기를 할 때도 스페인어를 같이 썼습니다. 언어가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감정이 조금은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중언어의 진짜 장점은 유창함이 아니라, 감정의 전달 기능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문화: 충돌 속에서 만들어진 제3의 기준.
다문화가정은 매일 다른 문제들이 부딪히는 공간입니다. 부부 간에도, 자녀 교육에서도, 생활 습관 하나하나에도 부딪히는 지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훈육을 할 때, 저는 “이럴 땐 조용히 있어야 해”라고 말하지만, 남편은 “자기 생각은 반드시 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는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문화적 문제는 단순히 ‘다름의 수용’이 아닙니다. 서로가 옳다고 믿는 기준이 대립할 때, 아이는 그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왜 엄마는 화를 내고, 아빠는 웃고 있을까?’, ‘왜 같은 행동인데 반응이 다를까?’ 이런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아이의 정체성은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느 한쪽 문화를 따르지 않고, 우리 가족만의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식사 예절, 인사 습관, 대화 방식 등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감사 표현은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이되, 감정 표현은 스페인식으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아이에게도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는 엄마처럼 조용하지만, 아빠처럼 말도 잘 해요.”라고 말을 하게 됐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진정한 장점은 ‘여러 문화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는 점입니다.
제도: 환영받지만 준비되지 않은 구조.
다문화가정을 둘러싼 제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미비합니다. 외국인 배우자의 행정적 권한은 제한되어 있고, 학교의 기본 서류 양식에는 ‘다문화’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우리는 아이를 초등학교에 전학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번 서류를 되돌려받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보호자가 외국 국적이므로 추가 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가족의 구성원이자 부모인데, 학교의 시스템은 그를 행정적으로 ‘불완전한 보호자’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아빠는 왜 학교 모임에 안 와?” “왜 다른 애들은 엄마 아빠가 같이 오는데, 우리 아빠는 밖에서 기다려?” 행정은 종종 감정을 배제한 채 작동하지만, 그 결과는 가족 간의 거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생각했고 움직였습니다. 공식 통역문서, 공증서류, 학교 간담회에 부부가 함께 참석해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천천히 제도를 넘어서려고 했습니다. 비록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학교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공지 번역 제공과 보호자 양식 개선을 도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하나였습니다. ‘제도는 완벽할 수 없지만, 대화로 바뀔 수도 있다.’ 단점은 여전히 많지만, 그 단점을 문제로만 보지 않고 개선의 기회로 삼는다면, 다문화가정의 존재 자체가 사회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장점과 단점은 한 줄로 요약할 수 없습니다. 언어는 다리를 만들기도, 벽을 세우기도 하고, 또한 문화는 창조의 기회이고 오해의 원인이 되며, 제도는 진입장벽인 동시에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로부터 ‘우리만의 방식’을 함께 만들어 가는 힘입니다. 다문화는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조율이고 창조이며, 매일 새롭게 완성되어 가는 ‘우리 가족만의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