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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자녀의 자기이해 교육법"

by 그리운달 202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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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커플 다문화 가정의 육아 관련 사진 첨부
국제커플 다문화 가정의 육아 관련 사진

 

 

“나는 누구일까?” 이 질문은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너무 빠르게, 너무 자주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아이 스스로 답을 만들지 못할 때, 정체성 혼란, 감정 억제, 언어 회피와 같은 복합적인 반응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의 감정, 언어, 문화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자기 스스로 이해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는 다문화 자녀의 자기이해 교육을 위해, ‘다중언어’, ‘정체성 혼란’, ‘감정표현’이라는 세 가지 주요 요소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설계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해 보려 합니다.

1. 다중언어, 언어 수준보다 ‘정서적 사용권’을 먼저 확보하라.

많은 다문화 부모가 자녀에게 이중언어나 삼중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노래, 영상, 플래시카드를 활용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언어를 오래도록 쓰기 위해선 단어보다 먼저 ‘이 언어를 써도 된다는 감정적인 허락’, 즉 정서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영어는 학교에서 배우고 한국어는 엄마와 쓰며, 아빠의 언어는 눈치 보며 쓴다면, 세 언어의 ‘감정 변화’는 전혀 다르게 인식됩니다.

부모는 각 언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정서와 함께 존재하는지를 시각화해주는 ‘언어 감정 지도’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 엄마와 놀이할 때, 잘못했을 때 위로받을 때, 영어: 학교에서 발표할 때, 친구와 경쟁할 때, 스페인어: 아빠가 흥분해서 말할 때, 음식 이름 이야기할 때

이렇게 감정에 대한 언어 연관성을 구조로 정리해 아이와 공유하면, 아이도 언어를 단지 말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 감정에 따라서’ 인식하게 됩니다.

언어는 유창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먼저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감정적인 공감이 이루어져야 지속됩니다.

2. 정체성 혼란, 고통이 아니라 ‘편집 가능한 이야기’로 안내하라.

다문화 자녀는 자주 다음과 같은 고민을 마주하게 됩니다 “난 한국인도 아니고, 완전한 미국인도 아니야.” “왜 나는 친구들처럼 한 언어만 쓰지 않아?” “나는 누구 편이지?”

이때 부모가 “넌 둘 다야”, “너는 특별해”라고 말해도 아이의 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일관된 표현방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부모가 아이를 위한 편집자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이의 경험을 ‘주제별 기억 노트’로 분류해서 함께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두 문화 중 헷갈렸던 순간, 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본 순간.

이 노트는 아이에게 혼란스러웠던 순간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그리고 정체성은 ‘하나로 고정된 답’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로 내 삶을 설명할 수 있느냐’에서 출발한다는 감각 또한 심어줄 수 있습니다.

자기 이해란 정체성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매일 업데이트가 가능한 자기 이야기의 주인이 되는 능력입니다.

3. 감정표현은 단어가 아니라 ‘감정 코딩 체계’를 가르쳐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종종 막힙니다. 어떤 언어로 말해야 할지, 어떤 방식이 허용되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엄마에게는 울어도 되지만, 아빠 앞에서는 참아야 할 것 같다, 친구 앞에서는 괜찮은 척해야 할 것 같다, 선생님 앞에선 감정을 드러내면 ‘버릇없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이러한 감정 인식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감정 표현의 언어 + 문화 코딩 체계’를 함께 가르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함께 ‘감정 표현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상황예시: 친구에게 실망했을 때, 한국식 표현: 속으로 참고 나중에 말함, 미국식 표현: 즉시 “That hurt my feelings”라고 말함, 우리 가족식 표현: “지금 기분이 안 좋아졌어. 잠깐 혼자 있을래.”

이런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하는 대신, 자신이 어떤 문화적 표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됩니다.

감정표현은 ‘말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감정을 외부화할 수 있는 맥락과 언어 구조를 설계하는 훈련입니다.

다문화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지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를 스스로 이해하고 만들어나가는 감각입니다.

언어는 감정의 분위기 속에서 습득되어야 하며, 정체성은 혼란이 아닌 만들기가 가능한 이야기로 제시되어야 하며, 감정은 단어가 아니라, 문화적 표현 코딩으로 가르쳐줘야 합니다.

이 모든 구조를 만들어주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하지만 그 역할은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기억, 말과 문화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설계자에 가까워야 합니다.

아이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다문화 육아에서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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