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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의 육아법*

by 그리운달 2025. 7. 27.

국제커플 관련 사진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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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에서의 육아는 단순한 ‘자녀 양육’이 아니라, 두 개의 언어와 두 개 이상의 문화, 그리고 여러 가지 가치관이 교차하는 ‘자녀양육’입니다. 글로벌 부부가 아이를 키울 때 겪는 가장 복잡한 문제는 한국의 육아 방식이 아니라, 언어와 호칭, 그리고 삶의 기준이 한국과 외국이 섞이면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혼란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중 언어 교육, 호칭의 상징성, 그리고 가치관 전수의 작은 차이를 알아보려 합니다.

이중언어 교육은 언어의 이중심장이 아닌, 감정의 이중통로.

많은 부모들이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에서의 언어는 ‘감정의 전달’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한국어로 울음을 터뜨릴 때와 영어로 속상함을 표현할 때, 그 뉘앙스와 에너지는 전혀 다릅니다. 언어가 달라질수록 감정의 높낮이도 바뀌게 됩니다.

다문화 커플이 흔히 빠지는 착각은 “둘 다 가르치면 언젠가 알아서 쓰겠지” 라는 이중언어 교육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언어 간 정체성의 차이’를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핵심입니다. 한 아이가 "엄마랑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아빠랑 있을 때는 논리적으로 말해야 한다"라고 느낄 경우, 아이는 언어별로 다른 ‘자아’를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황별 언어' 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는 한국어, 외부에서는 영어’ 같은 외적인 구분보다, ‘감정 표현은 엄마 언어, 정보 전달은 아빠 언어’처럼 정서적인 범주를 정하는 방식이 훨씬 의미가 있습니다. 언어는 결국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맥락의 문법이기 때문입니다.

명칭의 혼선은 단어 싸움이 아니라 정체성 퍼즐의 충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빠’, ‘엄마’, ‘파파’, ‘대디’, ‘엄마야’, ‘마미’ 등 호칭이 혼동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부모가 느끼는 혼란은 단지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호칭이 지닌 역할의 기대치’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아빠’라는 말에는 한국식 위엄과 희생의 이미지가 있고, ‘대디’라는 단어에는 서구식 친근함과 놀이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가 부모를 대할 때의 감정에 영향을 줍니다. 같은 사람이지만, 부를 때마다 다른 정서가 나타나는 것이죠. 어떤 아이는 한국어로 “아빠”라고 부를 땐 조금은 조심스럽게, 영어로 “Dad”라고 부를 땐 친근한 요구가 많아집니다. 이건 단순히 어떤 호칭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부모에 대한 생각이 여러 가지로 분열되는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명칭을 한가지로 부르게 하거나, 반대로 의도적으로 상황에 따라서 구분해 사용하게 하는 ‘이중상징체계’로 교육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분 좋을 땐 ‘대디’, 엄격한 얘기를 할 땐 ‘아빠’”라는 식으로 서로 약속을 정하게 되면 아이는 명칭 속에 담긴 정서코드를 생각하면서 자라게 됩니다. 호칭은 결국 그냥 부르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기억의 호출 장치입니다.

가치 전수는 훈육이 아니라 세계관의 전파.

가치 전수에 있어 가장 흔한 오해는 “중간에서 적당히 타협하자”는 접근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타협이된 가치’는 오히려 혼란을 줍니다. 한국식 효(孝)와 서구식 개인존중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충돌하게 되며, ‘반반씩 타협이 된 기준’은 아이에게 일관성 없는 가르침을 주게 됩니다.

부모가 취해야 할 전략은 ‘가치의 시차 전달’입니다. 이를테면 유아기에는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먼저 가르쳐 알게 하고, 청소년기에는 비판적 사고를 서구식으로 전환하게 하는 식입니다. 모든 가치를 동시에 교육하려고 하면, 결국 아이는 어느 한 가지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가치를 ‘언어화’ 하는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은 배려를 중요시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게 우리 집 방식이야”라는 식으로 상황을 중심으로 가치 해석을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아이는 말로 배우는 것보다, 자주 반복되는 행동의 문맥 속에서 ‘우리 가족만의 규칙’을 배워 나가게 됩니다.

가장 주의할 점은 ‘문화적 중립’을 표방하면서 아무것도 고르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중립이 아니라 방임입니다. 부모가 먼저 자신이 어떤 삶의 철학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지를 분명히 해야, 그 철학이 언어와 호칭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의 내면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다문화 커플의 육아는 단순히 다양한 문화를 알려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이름, 가치관의 종합적인 설계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언어 속에서 감정을 배우게 되고, 호칭 속에서 역할을 이해하며, 가치 속에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어떻게 다르게 느끼게 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 아이가 부르는 ‘그 이름’에서 어떤 정체성을 느끼고 있는지 조용히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