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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배우자와의 생활"

by 그리운달 2025. 7. 28.

국제커플 산책 사진 첨부
국제커플 산책 사진

외국인과 결혼하면 낭만적일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세상이 넓어 보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실제로 함께 살다 보면 ‘차이’는 낭만이 아닌 끝나지 않는 ‘관계의 시험무대’가 됩니다. 이 글은 외국인 배우자와의 현실적인 일상, 단순한 문화 차이가 아닌 삶의 방법과 감정 전달 방식의 충돌,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견하게 되는 작은 행복과 통합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점: 서로 다른 세계를 다시 해석하게 된다.

남편은 북유럽 사람입니다.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일들이 그에게는 신기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을 때 “아, 뭐 이런 걸 다 주고 그래”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웃으며 넘어가죠. 하지만 남편은 진지하게 묻습니다.
“왜 싫은 걸 받는 것처럼 말해?”
이 작은 한마디 말에 나는 스스로 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포장된 언어에 익숙해졌을까?’
외국인 배우자와 함께 살면, 그 사람이 내 문화를 당연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가진 방식도 절대적인 게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남편은 “감정을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졌고, 나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쪽이었죠.
우리는 서로를 통해서 각자의 세계를 넓혀 나가기 시작 했습니다.
나는 이제 감정을 조금 더 표현하게 되었고, 그는 가끔은 말을 아끼는 여유를 배워갑니다.
외국인 배우자와의 삶이 주는 가장 큰 이점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삶의 방법’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갈등: 언어보다 깊은 건 감정 해석의 차이.

많은 이들이 외국인과의 결혼에서 힘든 부분을 언어 문제로 첫 번째에 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언어보다 더 힘들었던 건 ‘감정의 해석’ 차이였습니다.
싸울 때면, 나는 말없이 주방으로 가서 그릇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고, 남편은 그걸 ‘대화 거부’로 생각했습니다.
반면 남편은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바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 나는 당황하거나 방어적인 자세로 행동했죠.
문제는 말의 의미가 아니라, 그 말이 전달되는 방식과 받아들이는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처음 몇 년은 이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없이 부딪혔습니다.
나는 ‘피곤해’라는 말에 따뜻한 위로를 기대했지만, 남편은 “그럼 쉬어야지”라며 논리적으로 대답하고는 했습니다.
이때 나는 ‘무시당했다’고 서러워했고, 그는 ‘나는 해결책을 이야기한 건데 왜 화를 내지?’라며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런 반복되는 엇갈림 속에서 우리는 ‘언어를 표현하는 대화법’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감정에 대한 단어, 위로의 방식, 화났을 때의 신호 등을 함께 정리해서, 서로에게 맞는 소통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는 싸움이 생겨도 오해로 더 커지기보다는 ‘해석을 위한 질문’이 먼저 나옵니다.
외국인 배우자와 산다는 건 결국 ‘다른 감정 언어를 통역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일’입니다.

행복: 평범함의 의미가 바뀌는 순간들.

결혼 초기, 우리는 함께하는 것 자체 만으로 특별했고, SNS에 올라오는 사진마다 이국적인 배경에, 친구들은 "정말 멋지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행복은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자기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내게 주며 말했습니다.
“이게 내가 너에게 배운 맛이야.”
그 순간 나는 알았습니다.
우리가 ‘같이 살아간다’는 건, 누가 누구에게 맞춰주는 게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며 배워야 하는 긴 여행이라는 것을요.
행복은 특별한 이벤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습관이 자연스러워질 때 생기는 익숙한 온기였습니다.
나는 그가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는 소리에 감사하고, 그는 내가 아이를 재우고 나오는 발소리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외국인 배우자와의 생활은 상상하는 드라마처럼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매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우리만의 언어’, ‘우리만의 문화’, 그리고 ‘우리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드는 진짜 가족의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