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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의 거리"

by 그리운달 2025. 7. 18.

국제커플 관련 사진첨부
여행중 산책하는 국제커플

서로 다른 나라,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한일 커플인 두 사람. 유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식에 익숙한 사람이고, 다케루는 일본 도쿄 출신으로 도시적인 감성과 단정한 식생활을 가진 청년이었다. 공통점이 전혀 없던 이들은 한 가지 음식, ‘된장국’으로 연인의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따뜻한 된장국 한 그릇이 두 사람을 국경을 넘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혀줬다.

첫 만남, 그리고 미묘한 어색함.

유나는 유학생활을 위해 도쿄에 있는 한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기숙사 대신 셰어하우스를 선택한 그녀는, 같은 집에 살게 된 일본인 대학원생 다케루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매우 조용하고 무심한 인상이었고, 유나는 그런 그가 불편했다. 처음에는 인사하는 것조차 어색했다. 간단한 "오하요"로 시작했지만, 그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문화 차이 때문인지, 말투조차도 신경이 쓰였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에서도, 같이 요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요리하는 것을 구경할 일도, 나눠 먹을 일도 없었다. 조용히 지나가는 나날 속에서, 유나는 혼자 된장찌개를 끓여 먹던 어느 날을 기억한다.

"그 냄새, 혹시 미소시루?".

유나가 끓인 된장찌개의 냄새가 주방에 퍼지던 어느 날, 다케루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그날은 처음으로 그가 먼저 말을 걸어온 날이었다. "그 냄새, 혹시 된장국?" 그는 그렇게 물었다. 유나는 조금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해요. 한국 된장찌개예요.” 그러자 다케루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 된장국이랑 냄새가 조금 비슷해요. 오랜만에 고향 생각이 나네요." 이 작은 대화가 두 사람의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로 다케루는 종종 유나가 요리하는 걸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유나 역시 다케루가 정성스럽게 끓이는 된장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서로의 레시피를 배우다.

어느 날 유나는 다케루에게 "너는 된장국은 어떻게 끓여?"라고 물었다. 그는 조용히 냄비를 꺼내 들며,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로 국물을 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된장은 마지막에 살짝, 불을 끄기 전에 넣는다고 했다. 얘기를 듣고 유나는 놀랐다. 한국식 된장찌개는 양념을 먼저 넣고 끓이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함께 요리를 했다. 유나는 된장찌개를 만들고, 다케루는 된장국을 끓였다. 서로의 방식은 다르지만, 된장국 속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둘 다, ‘고향의 맛’이었다. 그날 저녁, 한 식탁에서 각자의 된장국을 나눠 먹으며 두 사람은 어릴 적 가족들과의 식사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의 거리는 음식만큼이나 가까워지고 따뜻해졌다.

관계를 이어주는 작은 루틴.

그 후로 두 사람은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함께 된장국을 끓여 먹는 습관이 생겼다. 번갈아가며 각자의 레시피를 사용해 끓이고, 때로는 서로의 레시피를 혼합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유나 스타일로 끓일까?” “아니야, 너의 된장국이 더 먹고 싶어.” 이런 대화 속에서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다. 조용하고 담백한 성격인 다케루는, 감정 표현이 조금은 서툴렀지만 음식으로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유나는 그런 그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된장국 한 그릇은 어느새 사랑의 표현이 되었다.

장거리 연애와 ‘된장국’.

1년의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고 유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두 사람은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문화 차이, 시간 차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둘 사이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었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서로의 시간에 맞춰 영상통화를 하며 각자 된장국을 끓여 먹는 일이었다. 국물의 온기를 화면 너머로 느끼게 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만은 서로가 늘 같은 온도였다. 다케루는 말한다. “그 냄새만 나면, 네가 곁에 있는 것 같아.” 그러자 유나도. “된장국은 우리 둘만의 언어야.”

유나와 다케루의 이야기는 단순한 국제연애의 로맨스를 넘어, 음식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지를 예시로 보여준다. 다른 언어, 문화, 습관을 가진 이들이지만, 따뜻한 된장국 국물 한 그릇으로 시작된 공감과 정성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된장국’이라는 단순한 음식이 둘 사이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었듯, 진심이 담긴 음식은 언제나 마음을 연결해 주는 가장 따뜻한 다리가 되어준다.